본문 바로가기
스웨덴에서의 나날들

홍콩 남자친구의 발렌타인 서프라이즈

by 안 매운 김치만두 2023. 2. 19.
반응형

 

밸런타인데이를 맞아서 만두 군과 나의 과거를 돌아보니...

만두군 참 많이 변했다. 

 

만두 군과 사귀게 된 후 처음 맞게 된 이년 전 밸런타인데이

스웨덴 작은 마을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무언가 할 줄 알았는데...!

만두 군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었다!

나도 우리의 기념일이 아닌 남들이 정해 놓은 상업적인 날을 따르고 싶지 않긴 하지만

남자친구가 생기니 뭔가 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우리 사진이 들어간 카드도 만두와 초콜릿도 준비했는데!

덤덤한 만두 군한테 아주 깊게 삐졌었던 것 기억한다. ......

 

두 번째 밸런타인 때는 사실 우리 둘 다 뭘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

핸드폰 사진첩에 아무것도 없으니 별거 안 했나 보군...

 

그러고  올해 밸런타인 하루 전날 슈퍼 들렸다가 만두 군이 좋아하는 다크초콜릿이 보이길래 한 상자 사놨는데 

저녁에 만두군 짜증 나게 할 일이 있어서 만두군 완전히 풀리게 하고 싶어서 

"난 너를 생각하고 있다고~ 짜증 내지 말아 줘요~" 하는 마음으로 짜잔 하고 줬다. 

만두 군은 놀라서 "헉 오늘이었어?? 아 깜짝이야. 놀랬네. 넌 뭐 하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있어?"

올해는 결혼도 준비 중이고 곧 여행도 가야 하니 그냥 대충 보내고 일주일 뒤에 여행지에서 좋은 레스토랑 가자고 했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 초콜릿 반은 내가 먹을 테니... 하하)  

 

밸런타인데이 당일, 학교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감자를 사 오라는 만두 군의 심부름을 받았다. 

심부름 후 집에 가니 오!!!!  설마!!!!

 

위에 재료들을 보자마자 나는 알아차렸다!!!

 

"만두군~~~!!! 비프 웰링턴 (Beef wellington) 만드려고 하는 거지??!

" 헉!! 어떻게 알았어??! 설마 저거 재료 보고 안 거야?? 밸런타인 데니까 해주려고 사 왔어.

네가 이 요리 재료 기억할 줄 몰랐네~"

 

음식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좀 살다가 영국 음식 중 비프 웰링턴이랑 피시 앤 칩스 엄청 좋아하는 만두군,

만두군 만나기 전까지 난 비프 웰링턴이 뭔지 몰랐는데 처음 보내는 크리스마스 날 만들어줘서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올해는 내가 여행 가기 전까지 긴축하자고 외식도 거절했는데 손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여태껏 만들기 귀찮아서니

갑자기 이런 서프라이즈를 하다니!!! 정말 감동했다.

 

난 학교 다녀온 이후 낮잠도 자고 피곤해서 빈둥거렸는데 

만두 군은 오후 미팅 끝나자마자 소고기 수비드 시작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독립심 강한 만두 군은 도와줄까 해도 됐다고 하고 혼자 요리 열중하는 거 좋아함.

 

 

1. 먼저 수비드 끝난 소고기를 살짝 그릴 한 후 겨자소스를 바르고 버섯을 간다. 

 

2. 깔아 놓은 파마햄에 위에 갈아놓은 버섯페이스트를 펴고 있는 만두군

 

3. 그다음 고기를 안에 넣어 감싸서 말고 페스트리 도우로 또 감쌌던 거 같다. 

4. 오븐에서 약 40분 정도 비프웰링턴을 익히는 동안 브라운소스, 매쉬드 포테이토, 오븐 베이크 당근 만든 만두군

5. 오븐에서 꺼내 보니 이렇게 생긴 비프 웰링턴

 

6. 슬라이싱 한 후 나름의 플레이팅 하며 소스 얹어 주던 만두군.

 

평소에 나에게는 약간 덜 익은 스테이크였지만 이날은 그저 완벽한 요리였다.

 

 

이년 전, 밸런타인데이에 삐진 나를 보고 미안해하면서도 능청스럽게 넘어가려던 만두군...

 

올해는... 됐다는데도 일 끝나고 부엌에 서서 내내 요리하던 만두군... 

꽃다발이 그리 좋지 않은 나에게 꽃보다 우리에게 추억이 담긴 요리를 서프라이즈로 해주는 만두군, 고맙고 감사해!

 

레스토랑도 많이 없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내가 채운 다크 초코릿의 달콤함과 만두 군이 채운 비프 웰링턴의 맛있는 짭조름함이 조화를 이룬 올해의 밸런타인 데이...

한 동안 잊지 않겠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