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과 올해 초에 걸쳐 만두 군과 나는 드디어 홍콩에 가서 결혼 준비를 했다.
사실 결혼식을 코로나 때문에 미루었기 때문에 여건이 되자마자 처음 만두군 부모님을 뵙고 결혼식을 알아보았다.
고등학교 때 방문 이후 오랜만에 방문하기도 했고 현지인 만두 군이랑 다니니 몰랐던 홍콩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관광객으로서 신나기도 했지만 연말 걸쳐 1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결혼식 준비라는 목적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꽤 컸던 것 같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안 간지도 꽤나 오래되었고 한국 결혼식 추세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홍콩 결혼 문화가 꽤 차이가 난다고 느낄 수 있었다.
엄마도 여행 중 며칠 간 웨딩 준비 동행 하시면서 다른 점들을 보고 신기해 하셨다.
만두군 부모님께서 대충 결혼식 날짜를 제시 하셨는데 이상하게 최대한 칠월달을 피하고 싶어하셨다. 칠월에 결혼 하기 좋은 날짜는 몇 개 없다고... 결혼식 준비하러 다니다보니 업체들에서 우리한테 왜 칠월달에 결혼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교사인 나한테 긴 방학이 있어서 제일 좋은 시기라고 했더니
홍콩에서는 음력으로 The Ghost Festival, 귀신의 달..에는 결혼 하지 않는다나.. 무더운 여름이기도 하고...
우리는 결국 한국 가족들의 칠월 달 휴가철과 귀신의 달 중 괜찮은 날짜를 합의해서 결혼 날짜를 잡았다.
내 결혼식 준비 여행 중 크게 다르다고 느꼈던 점들을 나누자면...
1. 하루 종일 결혼식
홍콩에서 신랑과 신부는 거의 하루종일 결혼식 행사를 한다고 한다.
결혼식 하루 전에 신랑이 신부를 보지 못하고 결혼식 당일 아침에 신부 집에 신부를 데리러 온다고..
홍콩에도 서양 결혼식 문화 같이 신랑과 신부 쪽 각각의 절친한 친구들이 결혼 당일에 웨딩 커플과 함께 하는데
결혼식 아침 당일에 신랑 친구들이 함진아비들이 되어서 신랑 게임을 시킨다고 한다.
게임을 통과한 신랑이 전통 의상을 입은 신부를 데리고 신부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을 겸 커플이 부모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티 세리머니 (tea ceremony)를 한다.
이후 신랑과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가서 신랑 부모님과 티 세리모니를 한다고 한다.
보통 아침에 티 세리머니를 하고 오후에 결혼식 사진을 찍다가 저녁때 결혼식을 하고 wedding banquet을 하는 추세!
요즘 한국도 저녁 때 하는 결혼식들이 보이지만 내가 갔던 결혼식 들은 대부분 아침이나 점심때 여서 신기했고
신랑 신부, 혼주 가족들에게 반나절이면 끝날 것 같던 한국 결혼식과 비해 하루 종일 한다는 홍콩 결혼식!
서양권에서 밤새도록 춤추고 며칠에 걸쳐하는 결혼식도 봤으니까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결혼 당일 날 체력, 멘탈 관리 단단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메이크업하는 시간 제외, 신랑 신부에게도 반나절만에 끝나는 한국 결혼식에 대해 들은 후 만두군 및 홍콩 친구들이
오히려 놀랬다).

2. 사진사와 메이크업 및 헤어 아티스트가 하루 종일 함께 한다.
결혼식이 하루 종일이니 사진사와 메이크업&헤어 아티스트가 하루 종일 동행 하면서 사진 찍어주고 화장 고쳐주거나
머리 스타일 바꿔 준다고 한다.
물론 결혼하는 커플이을 고르는 거지만 서비스를 알아볼 때 대부분 하프 데이, 풀 데이 패키지가 있었다.
보통 아침에 하는 티 세리머니 때 사진사가 찍은 영상이나 사진들을 오후나 저녁 본식 때 보여주기 때문에 이왕이면 풀데이 패키지로 하는 게 좋다고 해서 순순히 따랐다.
그리고 매우 더운 여름에 결혼하기 때문에 메이크업에 무너지지 않을까 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그냥 풀데이로...
그리고 프리웨딩 사진도 스튜디오 사진보다는 야외나 호텔 같은 곳에서 많이 하는 듯했다...
(땅값이 비싸서 널찍한 스튜디오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겠지?)
3. 드레스 샵
처음에 홍콩에 갔을 때, 한국에서 웨딩홀이나 호텔이랑 연계되어 있는 드레스와 메이크업하는 업체에서
그냥 패키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콩은 한국에 비해 그런 패키지가 많이 없는 듯하다!
홍콩에서 침사추이에 Kimberlely Road에 가면 웨딩드레스 샵이 많다고 해서 갔다.
나는 드레스 샵들이 건물들 일층, 이층에 널찍하게 있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겉에서 보기에 꽤 낡은 건물들의
지상에서 떨어진 층에 위치한 드레스 샵들이 많았다.
청담동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드레스 샵에서 고르고 싶었는데 처음에 꽤 불길했었다.
인스타그램을 검색용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구글에서 후기 좋은 드레스 샵들 두 곳을 찾아 방문했는데
낡은 건물 철문 코드를 입력하고 들어가서 낡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타고 올라갈 때 이게 맞나 싶었다.
정작 들어가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는데 역시나 드레스 샵들 꽤 좁았다 (좁아서 그런지 내가 고른 드레스 샵은 한국처럼 신부 탈의실 안에 화려한 단상이 없어서 아쉬웠다).
드레스 샵에서도 여러 가지 패키지가 있었는데 웨딩드레스, 중국 전통 의상 콰, 웨딩 파티 드레스, 신부나 신랑 어머니를 위한 드레스 등을 빌릴 수 있었다.
그 드레스 샵과 연계된 메이크업이나 사진사 패키지도 있었는데 우리는 메이크업만 같이 끼워서 계약했다.
만두 군은 테일러 샵에 가서 양복 맞췄다.
4. 주례는 변호사가..
결혼을 등록하려면 반드시 증인들(보통 부모님들과 친척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시청에 가서 결혼 서약을 하고
시청 직원이 안내한는 절차에 따라 혼인 신고를 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결혼 당사자 들이 동사무소 가서 혼인 신고서 하면 끝인데... (이거 듣고 만두군 또 놀랐다).
홍콩도 기독교인이면 목사님이나 신부님이 주례를 해주는 것 같은데 따로 시청가서 혼인 신고식 하지 않으면
결혼식 때 웨딩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한 번에 끝내려고 결혼식 때 변호사 선임하기로 함).
웨딩 변호사가 뭐 해주는데...?
식 중에 아마 약간의 주례도 해주고
신랑 신부가 테이블에 앉아서 하객들 앞에서 서약 및 혼인 신고 서류에 서약을 하면 이 후에 서류 등록을 도와준다.
만두군 말로는 변호사가 웨딩 커플 결혼 반지를 올려 놓을 쿠션도 가지고 온다고 한다..
5. 결혼식장 장식
아니나 다를까, 식장 장식도 식장이랑 연계되어 있는 패키지가 없었다.
만두군 사촌이 결혼한 호텔에서 웨딩 계약을 하는데 호텔 코디네이터 왈,
"기본적인 카펫이나 backdrop, 테이블 리넨을 제공되지만 장식은 따로 하셔야 돼요~".
그러면서 아이패드로 기본적인 장식을 보여주는데 완전 구식이었다...
"호텔에서 금액 추가하면 장식해주지 않나요..? 장식을 따로 어떻게 해요?"
"저희는 장식 전문가가 아니라서 안 해줘요~ 사설 업체 따로 알아보셔야 돼요~"
그리고 호텔에 있는 홀들에 버진로드 같은 것도 없고...
홍콩 호텔들은 따로 예식장이 없고 멀티홀을 다용도로 이용하기 때문에 이벤트 당사자 들이 장식 업체들을
불러서 꾸민다고 한다....
홍콩 뜨기 이틀 전에 이제 호텔 식장까지 했으니까 거의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장식이라니... 산 넘어 산이구나...점점 멘탈이 흔들 흔들 거렸다...

현지인이면서도 잘 모르는 만두 군을 탓할 수 없었지만 이것저것 알아보고 비교하고 이런 걸 내가 더 잘하는 것 같은데
정보도 없고...
우리 나라에서 결혼 준비해도 막막할 때가 많았겠지..?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노력했었다.
무튼 구글에서 알아보고 인스타 포트폴리오 보고 업체 두 군데 비교한 후에 계약금 내고 일단 스웨덴에 왔다.
우리가 고용한 웨딩장식 업체는
웨딩 스테이지, 리셉션 테이블, 웰컴 사인, 웨딩 케이크 테이블 데코레이션, 리셉션 웰컴 사진 이젤 장식을 맡기로 했다.
스테이지 배경과 단상 꾸미는 게 주된 일인데 사진으로 밖에 보지 못해서 나도 아직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나쁘지 않길 바랄 뿐...
이외에 원하는 사람들은 식사 시간 동안 공연 해 줄 뮤직 밴드나 가수도 고용하기도 하고...
일단 현지에 가면 다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우왕좌왕 헤매었는데 스웨덴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큰 맥락을 어느 정도 정하고 와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스웨덴 돌아와서 사진사와 장식 업체 인스타 포트폴리오 보면서 홍콩 결혼이 어떤지 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연말 끼고 엄마까지 동행해서 여행하다가 타국에서 10일 만에 결혼준비 한 썰... 일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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