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 겨울이 길고 햇빛 보기도 힘들며 바닥 냉방이 안 되는 스웨덴...
스웨덴에서 가끔 추운 밖에서는 오히려 잘 못 느끼다가 건물이나 집 안에 들어오면 발만 유독 더 차가워지는 듯
수족냉증이 심해지는 듯 해서 꾸준히 족욕을 하고 있다.
보통 전기포트나 큰 솥에 뜨거운 물 받아 놓고 물이 식으면 뜨거운 물을 추가로 넣는 식으로 했는데
요즘 더 추워서 그런가 물이 빨리 식는 거 같았다!!
하다 하다 귀찮고 짜증나서 온라인으로 족욕기를 사볼까 찾아봤는데
대부분 위의 제품 같이 생기고 물을 데워 준다는데 몇 도까지 데워주는지 자세한 정보들이 없었다!
한국에서 파는 멋진 족욕기 제품들을 보니 아쉬움의 눈물이 나오고...
제품들의 제대로 된 후기도 찾기도 힘들어서 걍 귀찮은 방법으로 하고 있다가
어느 날 번쩍! 머릿속을 스치는게 있었으니....
바로 내가 만두군에게 사준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
가정용 스테이크 수비드 기계!!!!!!!!!
스테이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만두군이 수비드 해서 먹어야 맛있다고 고기 진공 포장해서 저온에 오랫동안 인덕션에
올려두는 것을 보고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실용적인 선물로 자신 있게 골라서
서프라이즈로 준 수비드 기계였지만
요즘은 찬장 속에서 자고 있었다...
무튼 만두군은 내가 준 소중한 선물 있는 줄도 모르는 듯 하니 얼른 찾아서
대야에 물을 받고 수비드 기계를 꽃아서 물을 데워봤다!
옆에서 삑삑 거리는 낯선 소리를 듣던 만두 군이 와서
"너 설마 그걸로 족욕하게?????????? EWWWWWWWWWWWWWWW (더러워!!!!!!!!)"
멋쩍게 웃을까 말까 화를 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웃으면서 내가 할 말 다 했다!
"우선 나는 발을 씻고 왔고 이 수비드 기계는 오랜 잠을 자고 있었으며 기계가 메탈로 만들어져서
씻기 쉬운데 뭐가 더러워?? ^^+"
그냥 좀 그렇다면서 옛날에는 발로 밟아서 포도즙 짜서 와인 만드는 사람들, 균들이 바렐 안에서 발효되면서 다 죽는 거 알면서도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안 먹는다는 식의 예도 들면서 기계를 쓰는 기분이 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나름 자기 논리를
얘기하던 만두군....
"옛날에 할머니들은 초벌 빨래한 똥기저귀들 하얗게 만든다고 솥이랑 냄비에 펄펄 삶은 다음에 그 냄비 다시 요리하는데 쓰는 사람들 많았어!!! 포도랑 메탈 수비드 기계는 다른 거지!! "
이야기가 좀 셌는데 무튼 어린애들 같이 쓸데없이 괜히 자존심 건 심각하지 않은 말싸움?? 을 하고
일단 족욕을 해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수비드 머신은 훌륭하게 물을 오랫동안 정해놓은 온도로 데워줬고
심지어 소리도 조용했다!
대만족 한 나머지 오랜만에 발이라도 뜨시게 지져보자 하고 온도를 45도까지 높이는데
옆에서 만두군 왈 "미쳤어??? 너 발 삶을 작정이야???"
"만두군 아... 한국 목욕탕 가면 50도 되는 탕에 오래 앉아 계시는 분들 많단다... 난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떨려서 떼가
불 때까지 뜨거운 탕에 앉아 있는 게 단련된 사람이야. 발만 담글 수 있어서 슬픈 내 마음도 모르고..."
만두 군은 이내 포기한 듯 자기 할거 하러 가버리고
난 안 쓰고 있는 물건 새롭게 활용하게 된 내 아이디어를 사랑하며 매일 족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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