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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의 나날들

해외 국제 학교 선생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

by 안 매운 김치만두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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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할 때 종종 소수의 부모님들께서 

현장 학습 가면 선생님들 간식 싸주시고, 학생이 해외여행 다녀오면 기념품 사주시고....

김영란법이 생긴 이후에도 상담하러 오실 때 커피나 빵 같은 거 들고 오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럽기도 했다. 

 

사실 학부모님들께서 잘 챙겨주시는 게 내 일의 성과도 아니고 너무 좋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애매한데 현재 첫 해외 근무지인 스웨덴에 있는 국제 학교에서는 그런 게 거의 없다. 

 

스웨덴에서 근무한 지 일 년 차 때

한국 스승의 날 기념으로 학생들에게 편지와 작은 선물들을 받아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에 

SNS에 포스팅 공유한 전 직장 동료들을 보면 처음에는 많이 부러웠다. 

당시 우리 학교에는 World Teachers' Day에도 조용했기 때문에 조금 섭섭했었다...

 

"부담스럽다고 했으면서 내가 은근 많이 물 들었었구나... " 쩝.. 아쉬우면서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각 학생, 학부모님, 그리고 학급 성향에 따라 매년 다른 마음의 고리를 만들게 되었고 

전혀 예상치 못 한 방법으로 그들의 감사함과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스승의 날도 아닌데 갑자기 포스팅 주제가 왜 이런가? 

왜냐면 오늘 너무나도 감사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퇴근 후 친구와 만두 군과 함께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때 올해 학부모님 중 한 분을 만나 인사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가까이 오셔서 물으시는 말씀이 

 

"I just want to ask you if you speak Korean?" 

뭐 여쭤보고 싶은데 혹시 한국말하세요?

 

문맥도 없이 갑자기 한국말을 쓰냐고 하셔서 내가 한국에서 온 걸 모르시지 않으실 테고 왜지? 했더니

아드님이 갑자기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갑자기 듀오링고 언어 앱을 깔아달라고 하고 일주일 내내 혼자 심각하게 공부한다고 

호호호 웃으시면서 말해주셨다.

 

"정말요?? 그 친구 저한테 이것저것 말 많이 하는데 한국말 배운다고 안 했는데!! 갑자기 왜 그럴까요?? 

저도 너무 신기해요!!"

(학부모님께서 가까이 오셔서 우연하게 우리의 대화를 듣게 된 만두 군과 친구도 흐뭇하게 웃으면서 더 귀를 쫑긋했다."

"선생님 너무 좋아하나 봐~ 나도 놀랬어요."

"너무 감동이에요.... "

우리 학교에 한국 사람 나 포함 세 명 밖에 없고 블랙핑크랑 방탄도 모르는 8살짜리 스웨덴 남자아이가... 

 

 

안 그래도 겨울 방학 끝나고 또 다른 학부모님과 업무 관련 온라인 대화 끝에 

 

p.s. A funny thing: My daughter started to learn Korean on her own! Sending you a photo to see what she is doing. 

추신 : 재미있는 사실이 우리 딸이 혼자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얘가 뭐 하는지 사진 보내드려요. 

 

대박!! 8살짜리가 세르비아에서 온 여자아이가 한글을 이렇게 배우고 있다고?? 

어머니께 대박이고 사진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방방 떠서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으셨고 

다음 날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 친구야~ 너 한국말 배운다며?? 안 어려워?"

"유튜브에서 좋은 선생님이랑 어플 찾는 거 힘들었는데 괜찮아요." (와우, 요즘 아이들의 성숙함? 이란...!)

"근데 갑자기 한국말은 왜 배우는 거야? 블랙 핑크 노래 부르려고?"

"아니요! 선생님 때문에요!!!!"

 

우와 진짜???!!! 난 just dance 춤 유튜브에서 블랙핑크를 찾은 후 블랙핑크 열풍에 힘입어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고맙고 고마웠다.

"그럼 선생님이 짬짬이 한글이나 한국말 가르쳐줄까?"

"지금은 놀고 나중에요!" 

웃프게도 그 학생은 그렇게 휙 가버리고 나중에 종종 내가 바쁠 때만 가르쳐달라고 해서 

아직 미니레슨 성사가 되진 않았다... ^^

 

보통 교사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아이들의 크고 작은 일들을 부모님과 나누면서 같이 아이들의 성장을 기뻐하는데

역으로 부모님들께서 나에게 상상도 못 한 아이들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기뻤다. 

 

일이 학년짜리들 가르치다 보면 쉬는 시간 때 내 얼굴이나 한국 국기 그려오는 아이들은 있었는데 

올해 만난 아이들은 꽤 학구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는군!

학생에게 처음 받은 태극기 그림!

 

이전 포스팅에서 잠시 말했듯이 

여기 학부모님들께서도 크리스마스와 학기 마지막 날에 반 별로 선물을 하신다. 

또 학급 별로 상이하긴 하나 학기 말에 단합이 좋거나 열정적인 학부모 대표가 있는 반들은 학생들과 가족들이 

동네에 있는 숲이나 호숫가에 교사랑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기도 한다. 

 

꽃과 초콜릿, 양초, 빵, 상품권... 받으면 사실 기분이 좋으나 

나중에 이야기를 나눌만큼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쓰거나 그려온 편지나 그림들, 예상 못 한 관심 표현, 

부모님들의 전달들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이들이 마음먹고 자발적으로 뭔가 하기 전에 놀이나 친구들 다른 자극에 반응하는 게 너무 쉬운 걸 알기에)

 

아! 마지막으로 2년 전 학급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받은 학년 말 선물 중 상상도 못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더욱 멋있는 것!

 

학급에서 모금한 뒤 내 이름으로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하시고 기부증서 주신 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하고 

너무 감사했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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