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오 년 전, 스웨덴에 와서 처음 맡은 학년은 초등학교 일 학년이었다.
팔월 첫 학기 시작, 개학 첫날 아침 아이들을 맞이하려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학생들과 부모님이 학교로 들어오면서 아이들 책가방 밑 보따리 같이 큰 가방 들을 한 두 개씩 주렁주렁 들고 왔다.
흠... 개학 전 가정통신문에는 아침 간식, 물 병, 여분의 옷 정도만 가지고 오라고 한 것 같은데 무슨 짐들이 저렇게 많지..? 내가 뭘 까먹고 안내를 안 했나..?
약간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한 마음에 다들 보따리 같은 가방들 안에서 무엇을 꺼내나 지켜보고 있었더니
여러 부모님들이 비 옷, 장갑, 장화, 모자, 얇은 겉 옷 등을 꺼내서 교실 앞 아이들 사물함 앞에 걸어두고 떠났다.
16명 정도의 아이들이 다 도착하고 나니 텅 비어있던 교실 앞 사물함이 가방 보다도 주렁주렁 걸려 있는 옷가지들로
가득 차 보이는 느낌이었다!
개학 후 한 동안 여름철에 해가 반짝 나고 날씨가 좋았지만 이내 해가 뜬 날에도
하루에 비가 한두 번씩 내리는 나날들이 잦아졌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 아이들은 어떤 날씨에도 무조건!!! 하루 두 번 쉬는 시간에 30분씩 밖에 나가서 놀아야 한다.
나는 날씨가 너무 궂으면 어른들도 나가기 싫은데 아이들한테 나가라고 하는 게 괜찮은 건가... 싶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신선한 공기로 refresh 해야 하기 야외에서 에너지 발산 해야 하기 때문에 꼭 나가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나가기 전에 여름, 가을 철에는 얇은 비옷 멜빵바지, 비옷 재킷, 방수재질 장갑, 장화 끼고 나가고
겨울 철에는 두꺼운 방수 멜빵바지 및 바지, 또는 바지와 재킷이 연결된 우주복 같은 것을 입는다.
비가 언제 올지 모르게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때 꼭 가지고 오라고 하고 그 때문에 아이들 사물함에 보면 여러 가지 옷가지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모습은 흔하다.
스웨덴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줌 실수 할 때도 있지만 저런 방수재질의 옷을 입고 놀더라고 해도
비 옷으로 바지가 목 부분을 잘 커버하지 못해서 젖을 수도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 비옷을 못 가지고 온 경우를 대비해서
쉬는 시간 후 젖은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여분의 옷을 꼭 가지고 오라고 한다.
바깥 놀이 후에 옷들이 마를 수 있게 아이들은 젖은 옷과 신발들을
각 교실 주변에 있는 건조실이나 건조기에 놓고 다음 쉬는 시간까지 말린다.
처음에 학교에 건조기와 건조실이 있어서 놀랐는데 아이들 방수옷뿐만 아니라 학교에 필수 시설인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비에 젖지 않게 알아서 잘하는 듯 하지만
대부분 오 학년 때까지도 많은 아이들이 방수 옷들을 필수로 가지고 다니는 듯하다.
학교 운동장에 물 웅덩이가 여러 개 생길 만큼 비와 눈이 많이 오는 날
저학년 교사들은 아이들이 쉬는 시간 나가기 전에 옷 제대로 입는지 봐야 하고 쉬는 시간 이후에도
젖은 옷들 건조기에 잘 넣을 수 있게 돕는 등 사실 약간 귀찮을 때가 많다.
그런데 아이들도 요즘 두꺼운 비옷 일일이 갈아입고 벗는 게 귀찮은지
가끔 깜짝 놀랄만한 귀여운 광경들을 아이들 사물함에서 목격한다.
비옷 멜빵 바지가 부츠를 잘 커버해서 안에 비가 들어오지 않게 바지 끝에 고무줄이 달려있는데
아이들이 벗기 귀찮아서 한 부츠랑 바지 한 번에 벗어두고 걸어두면 투명 인간이 서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나도 비오는 날이 너무 귀찮은데 너희들도 얼마나 귀찮겠니... 그래도 귀엽다 ㅎㅎ
무튼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에게 비 옷 관련된 물품들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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