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대자연에서 명이나물 채집하기!!
매년 4월 달, 부활절 방학 시즌에 만두 군과 나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일 년에 딱 한 번, 우리가 목 빠지게 기다리는 연례행사를 준비한다.
그 행사를 위해 우리는 이 주 전부터 주말 날씨를 체크하고 제일 적절한 날을 고른다.
1. 여태까지 날이 따뜻했는가?
2. 행사 날씨가 좋은가?
그러고 다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모여서
다 함께 명이 나물을 채집하러 간다!
이년 전 어쩌다 보니 만두 군과 같은 회사를 다니는 아시아계 동료들이랑 친하게 되었다.
베트남이랑 중국에서 온 친구들~
그중 그중 베트남 친구들은 매우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데 하루는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얘들아, 내가 친구 따라서 차 타고 멀리 어떤 식물을 캐러 갔거든? 왕복 다섯 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가서 몇 시간 동안 그 식물 캐왔는데 진짜 보람 있었어. 우리 작년에도 같이 갔었는데 김치, 만두, 너네도 올해 우리랑 같이 그 식물 캐러 갈래?"
"식물을 캐러 왕복 다섯 시간 운전했다고????? 무슨 식물인데? 삼이라도 되는 거야?"
"삼은 아니고 이파리 달린 식물인데 먹으면 마늘향이 아주 강하게 나~ 마늘보다 맛있고 어디에든 잘 어울려. 진짜 맛있어!! 그리고 가서 캐는 것도 재밌고~"
그때 친구들이 그 식물의 스웨덴 이름, ramslök (렘슬록)을 말해서 영어로는 wild garlic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체리를 따러 간다면야 다섯 시간 왕복 드라이브... 가겠지만 뭔지도 모르는 식물을 캐러 가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어서 망설였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번 따라갔다가 그때 캐러 간 마늘향 나는 식물....
그때 자세히 보니... 뭐가 익숙한데 혹시 명이나물?? wild garlic을 또 번역해 보니 바로 명이나물이었다!!!
옛날에 엄마가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만 나는 귀한 나물이라고 했는데 스웨덴에 이렇게 깔려 있다니!
비록 집 떠나 멀리 와서 캤지만 다행히 작년에 친구가 왕복 네 시간 거리에 있는 새로운 곳을 발견하여서 만족스러운 명이나물 수확을 하여 일주일 내내 명이나물볶음, 볶음밥, 파스타 등 해 먹다가 명이나물 장아찌도 담아 일 년 내내 먹었다.
여하튼 올해도 같은 멤버들과 또 작정하고 채집 여행을 떠났다!
다행히도 날이 너무 좋았다.
숲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서 보니 이제 길가에 있는 것들보다 더 큰 명이나물들이 깔렸다!!
약간 아쉽게도 작년보다 아직 이파리 크기가 작았다. 우리가 약간 일찍 온 느낌...
하지만 작은 잎도 보드랍고 향과 맛은 진하기에 우린 상관없이 자리들을 잡고 채집을 시작했다!
삼 년 간 자연에 있는 명이나물을 채집하다 보니 생긴 요령,
가위보다는 칼이 더 편하고, 맨손보다는 가드닝 장갑 끼는 게 좋다!
쭈그려서 줄기를 뽑거나 이파리들을 잘라서 채집하다 보면 약간 향긋하던 마늘향이 점점 진해져서
진동을 하지만 엄청나게 넓은 숲에 마늘향이 덮인다는 게.. 신기하고 나쁘지 않다.
허리도 필 겸 자리를 바꾸러 숲 더 깊이 돌아다녔는데 더 큰 명이들이 나왔다!
처음 채집하러 갔을 때 데리고 간 친구가 명이 나물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 주변에서 자란다고 했다.
토양이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물이 주변에 없는 깊은 숲 속에도 명이들이 자라고 있었다.
세 시간 가까이 놀다가 일하다가 반복하며 채집하다 보니 어느덧 일 년 치 장아찌 담고 주변 사람들 좀 나눠주고, 한 두 주간 먹을 만큼 캐서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 말고도 주섬 주섬 캐고 있는 스웨덴 사람들도 있었고 자전거나 오토바이 드라이브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까이 살면 필요할 때마다 더 자주 오고 좋을 텐데... 아쉬웠지만 일 년에 한 번 오는 재미로도 감사하는 마음에 내년을 기약하고 자리를 떴다!
명이나물 채집 후 항상 우리가 하는 행사 이차!
바베큐!
작년에는 그릴을 가지고 와서 자연에서 바베큐 했고...
올해는 그 주변 도시에 사는 친구 아파트로 가서 정말 제대로 성대하게 바베큐를 했다.
그날 따온 명이나물을 곁들이는 건 당연한 옵션!
집에 돌아와서 제일 귀찮은... 명이나물 씻는 작업을 몇 차례 반복한 후...
그 다음날 만두 군과 나는 명이나물을 잔뜩 넣은 만두를 해 먹었다.
홍콩식으로 할지 한국식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이겨서 (?) 한국식으로 했는데
망했다...
작년에 쓰고 남았던 명이나물 장아찌 국물을 간장 대신 넣었더니 너무 달아져 버린 것...
만두 군한테 다음에는 네가 꼭 만두 해줘~라고 사과 반 애교 반... 섞인 request를 만들었다. ^^
그리고 깨달은 점 하나!
명이나물은 열을 가해서 푹 찌거나 볶으면 향긋한 마늘향과 맛이 사라진다!
잎에 결이 아직 보일만큼 아주 살짝 십 초 정도 볶거나 생 잎을 잘라서 요리에 얹으면 매울 만큼 향과 맛이 강해서
그 이후로 우린 살짝 볶거나 채 썰어서 요리에 얹는 식으로 먹는다.
또, 올해 명이나물을 채집 한 다음에 명이 겉절이나 김치를 담아 보고 싶어서 담아보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맛이 안 나고 명이가 김치처럼 숨이 죽지 않아서... 그냥 간장 장아찌가 낫다 싶었다.
요리 잘하는 금손이 하면 명이 김치도 담아지겠지..?
난 그냥 한 번 성공한 장아찌랑 마늘 알리오 올리오 보다 더 향긋한 명이 파스타나 해 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