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의 나날들

스웨덴 대자연에서 명이나물 채집하기!!

안 매운 김치만두 2023. 4. 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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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달, 부활절 방학 시즌에 만두 군과 나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일 년에 딱 한 번, 우리가 목 빠지게 기다리는 연례행사를 준비한다. 

그 행사를 위해 우리는 이 주 전부터 주말 날씨를 체크하고 제일 적절한 날을 고른다. 

 

1. 여태까지 날이 따뜻했는가?

2. 행사 날씨가 좋은가? 

 

그러고 다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모여서

다 함께 명이 나물을 채집하러 간다!

 

이년 전 어쩌다 보니 만두 군과 같은 회사를 다니는 아시아계 동료들이랑 친하게 되었다. 

베트남이랑 중국에서 온 친구들~

그중 그중 베트남 친구들은 매우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데 하루는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얘들아, 내가 친구 따라서 차 타고 멀리 어떤 식물을 캐러 갔거든? 왕복 다섯 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가서 몇 시간 동안 그 식물 캐왔는데 진짜 보람 있었어. 우리 작년에도 같이 갔었는데 김치, 만두, 너네도 올해 우리랑 같이 그 식물 캐러 갈래?"

 

"식물을 캐러 왕복 다섯 시간 운전했다고????? 무슨 식물인데? 삼이라도 되는 거야?"

"삼은 아니고 이파리 달린 식물인데 먹으면 마늘향이 아주 강하게 나~ 마늘보다 맛있고 어디에든 잘 어울려. 진짜 맛있어!! 그리고 가서 캐는 것도 재밌고~"

 

그때 친구들이 그 식물의 스웨덴 이름, ramslök (렘슬록)을 말해서 영어로는 wild garlic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체리를 따러 간다면야 다섯 시간 왕복 드라이브... 가겠지만 뭔지도 모르는 식물을 캐러 가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어서 망설였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번 따라갔다가 그때 캐러 간 마늘향 나는 식물....

그때 자세히 보니... 뭐가 익숙한데 혹시 명이나물?? wild garlic을 또 번역해 보니 바로 명이나물이었다!!! 

옛날에 엄마가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만 나는 귀한 나물이라고 했는데 스웨덴에 이렇게 깔려 있다니!

비록 집 떠나 멀리 와서 캤지만 다행히 작년에 친구가 왕복 네 시간 거리에 있는 새로운 곳을 발견하여서 만족스러운 명이나물 수확을 하여 일주일 내내 명이나물볶음, 볶음밥, 파스타 등 해 먹다가 명이나물 장아찌도 담아 일 년 내내 먹었다

 

여하튼 올해도 같은 멤버들과 또 작정하고 채집 여행을 떠났다! 

다행히도 날이 너무 좋았다. 

날씨가 좋아 기분이 더 좋았던 드라이브 길
큰 도시 진입 전 어떤 외딴 곳으로 가는 길...
차 세우고 길을 따라 가다보면..

 

찻길 바로 옆에도 작은 명이나물들이 자라고 있다!

숲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서 보니 이제 길가에 있는 것들보다 더 큰 명이나물들이 깔렸다!!

초록 초록 귀여운 명이나물들!

 

약간 아쉽게도 작년보다 아직 이파리 크기가 작았다. 우리가 약간 일찍 온 느낌... 

하지만 작은 잎도 보드랍고 향과 맛은 진하기에 우린 상관없이 자리들을 잡고 채집을 시작했다!

 

삼 년 간 자연에 있는 명이나물을 채집하다 보니 생긴 요령, 

가위보다는 칼이 더 편하고, 맨손보다는 가드닝 장갑 끼는 게 좋다!

쭈그려서 줄기를 뽑거나 이파리들을 잘라서 채집하다 보면 약간 향긋하던 마늘향이 점점 진해져서 

진동을 하지만 엄청나게 넓은 숲에 마늘향이 덮인다는 게.. 신기하고 나쁘지 않다. 

 

푸릇푸릇한 명이나물 주위에 낙엽들이 많았는데 낙엽 구멍을 뜷고 자란 명이들으 보니 신기했다. 자라면서 낙엽을 치우지 않고 계속 뚫고 자라네...

초록 초록 귀엽고 어여쁜 명이들
작은 늪과 멋지게 무너진 나무들

 

허리도 필 겸 자리를 바꾸러 숲 더 깊이 돌아다녔는데 더 큰 명이들이 나왔다!

처음 채집하러 갔을 때 데리고 간 친구가 명이 나물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 주변에서 자란다고 했다. 

토양이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물이 주변에 없는 깊은 숲 속에도 명이들이 자라고 있었다. 

 

세 시간 가까이 놀다가 일하다가 반복하며 채집하다 보니 어느덧 일 년 치 장아찌 담고 주변 사람들 좀 나눠주고, 한 두 주간 먹을 만큼 캐서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 말고도 주섬 주섬 캐고 있는 스웨덴 사람들도 있었고 자전거나 오토바이 드라이브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까이 살면 필요할 때마다 더 자주 오고 좋을 텐데... 아쉬웠지만 일 년에 한 번 오는 재미로도 감사하는 마음에 내년을 기약하고 자리를 떴다!

 

명이나물 채집 후 항상 우리가 하는 행사 이차!

 

 바베큐! 

 

작년에는 그릴을 가지고 와서 자연에서 바베큐 했고...

준비해온 재료들에 생수로 씻은 명이 얹어 먹는 재미!

올해는 그 주변 도시에 사는 친구 아파트로 가서 정말 제대로 성대하게 바베큐를 했다. 

그날 따온 명이나물을 곁들이는 건 당연한 옵션! 

 

집에 돌아와서 제일 귀찮은... 명이나물 씻는 작업을 몇 차례 반복한 후...

그 다음날 만두 군과 나는 명이나물을 잔뜩 넣은 만두를 해 먹었다. 

홍콩식으로 할지 한국식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이겨서 (?) 한국식으로 했는데 

망했다... 

 

작년에 쓰고 남았던 명이나물 장아찌 국물을 간장 대신 넣었더니 너무 달아져 버린 것... 

 

 

만두 군한테 다음에는 네가 꼭 만두 해줘~라고 사과 반 애교 반... 섞인 request를 만들었다. ^^

그리고 깨달은 점 하나!

명이나물은 열을 가해서 푹 찌거나 볶으면 향긋한 마늘향과 맛이 사라진다!

잎에 결이 아직 보일만큼 아주 살짝 십 초 정도 볶거나 생 잎을 잘라서 요리에 얹으면 매울 만큼 향과 맛이 강해서

그 이후로 우린 살짝 볶거나 채 썰어서 요리에 얹는 식으로 먹는다. 

 

또, 올해 명이나물을 채집 한 다음에 명이 겉절이나 김치를 담아 보고 싶어서 담아보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맛이 안 나고 명이가 김치처럼 숨이 죽지 않아서... 그냥 간장 장아찌가 낫다 싶었다. 

요리 잘하는 금손이 하면 명이 김치도 담아지겠지..?

 

난 그냥 한 번 성공한 장아찌랑 마늘 알리오 올리오 보다 더 향긋한 명이 파스타나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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